태양의 맹폭격이 우려스러운 계절, 울산 남구에는 요란스럽게 멀리 나서지 않고도 땡볕을 피하기에 맞춤한 아담한 장소들이 널려 있습니다. 이름하여 ‘동네공원’입니다. 남구에는 울산대공원을 비롯해서 선암호수공원, 문화공원, 울산체육공원, 울산시민공원 등 크고 이름난 공원도 많습니다만 곳곳에 산재한 동네공원도 좋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소공원’ ‘어린이공원’ 등으로 구분되어 불리지만, 모른다고 해서 이용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호젓하게 혼자서, 혹은 단출하게 즐거운 사람 한두명과 함께 즐기기에는 그만입니다. 덥고 짜증나는 여름. “길 떠나면 X고생”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찾아가기 쉽고, 머물기 편한 우리동네 공원에서 가볍게 나만의 여름나기 힐링타임을 가져봅시다.
남구에는 동네공원이 100곳이 넘게 흩어져 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주택가 담 옆, 아파트 단지 건너편, 골목 안쪽 등 발길 닫는 곳마다 나타나는 곳 중 아무 데서든 지친 심신을 달래고 더위를 식힐 수 있습니다.
마땅한 구경거리나 시간 때울 놀이기구, 출출함을 달랠 간식거리도 없는 동네공원엘 무슨 재미로 가냐고요? 딱히 할 만한 게 없어 심심할 것이라고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동네공원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폐만 끼치지 않는다면 뭐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먹을 것을 들고 동네공원을 찾는다면 그곳이 바로 야외 식당이 됩니다. 널려있는 벤치나 팔각정에서 소풍 기분을 느끼며 먹는 간식 맛이 훌륭할 것입니다. 나른한 오후 쓰쓰거리는 매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깐씩 조는 분들도 눈에 띕니다. 그늘 밑에서 책을 넘기다 보면 근사한 야외 도서관이 되기도 합니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은 또 어떻습니까.
대부분의 공원에는 운동기구도 마련돼 있습니다. 하나씩 이용법을 익혀가며 운동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저녁 먹고 마실 나오듯 열대야를 피해 밤바람을 쏘이는 사람도 많습니다. 외따로 떨어진 곳이 드물고 대부분 주택가이나 도심에 있기 때문에 밤이나 새벽에도 별로 위험할 게 없습니다. 가로등 불빛도 밝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방범카메라가 공원 전체를 커버합니다. 커다란 비상벨도 눈에 띄는 곳에 붙어 있습니다.
특색없는 공원을 들르는 것이 밍밍하다면 나름대로 주제를 가진 곳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삼산동 사이(CYE)그라운드는 ‘문화(Culture)’ ‘젊음(Youth)’ ‘즐거움(Eximent)’이 있는 동네공원입니다.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 만든 공중산책로, 버스킹이 가능한 사이광장이 구비돼 있습니다. 금요일 저녁쯤 여기서 펼쳐지는 버스킹 공연도 볼 만 합니다. 삼산동 울산웨딩거리의 웨딩테마공원은 결혼을 주제로 한 곳입니다. 아담한 야외결혼마당이 있고, 결혼과 출산, 사랑을 주제로 한 조형물도 서 있습니다. 달동에는 다문화를 주제로 한 다문화공원이 있습니다. 옹기공원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서는 나지막한 벽에 태극기와 함께 수십개 나라의 국기가 새겨져 있습니다. 삼산동 여천교삼거리 근처에 있는 삼산수목학습원은 어린이들이 수목의 생태를 배울 수 있는 작은 공원입니다. 곰 기린 사슴 팬터 등 동물 조형물이 서 있고 계절별 수목, 화초 등도 구역별로 정리되어 있어 이를 따라가며 산책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이곳을 나서 좁은 길목 하나를 건너면 이수자연놀이터입니다. 어린이들은 여기에서 통나무걷기 줄타기 로프오르기 나무블럭놀이 그네타기 등 코스별 놀이터를 돌며 자연과 교감하는 법을 배웁니다.
향우회공원도 있습니다. 울산에 사는 타 지역 출신 분들을 위해 만든 곳인데요 풀빛공원(강원도민공원) 정다운공원(충청향우회공원) 초록빛공원(제주도민회공원) 등에는 각 지역을 소개하는 안내문과 지역 이름을 딴 작은 팔각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네공원들의 이름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를 따라 가보는 것은 또다른 재미입니다. 동네공원의 이름은 대략 세가지 기준으로 붙입니다. 옛 지명이나 역사적 사실, 전설 등에서 이름을 따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왕생이공원, 무둔실공원, 월봉공원, 삼산공원, 와와공원, 마단공원, 이수공원, 굴화공원, 산학공원, 헐수정공원, 섬들공원, 전골공원, 산학공원, 샘골공원, 질골공원, 진등공원, 해연공원, 움골공원, 구슬공원, 쇠터공원, 격동공원, 수암공원 등입니다.
공원의 현재 특징을 감안하거나 인근 동네 이름을 감안해 지은 곳이 두 번째입니다. 분홍공원, 벚꽃공원, 감골공원, 느티공원, 비단공원, 도토리공원, 새싹공원, 목화공원, 비둘기공원, 자두공원, 솔숲공원, 만남공원, 어울공원, 청솔공원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세 번째는 앞으로의 바람과 소망 등을 나타내는 이름입니다. 희망공원, 하나공원, 늘푸른공원, 동그라미공원, 새롬공원, 바라미공원, 누리에공원, 별빛공원, 한빛공원, 아름공원, 한마음공원, 이슬공원, 쉼터공원 등입니다.
하지만 굳이 이름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동네공원 하나하나가 다 저마다의 역할을 하는 남구의 숨은 보석입니다.
이제 잠시 시간을 내서 동네공원으로 가볍게 나가보시기 바랍니다.
삼산동 사이공원이 있어, 다양한 버스킹 공연을하여 청소년은 다양한끼와 젊음을 발산하고 노년층이 가끔 동호회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여 연령을 초월한 어울림 한마당이 이루어지는 장이며 젊은이의 문화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