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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남구 소식

[울산 남구의 길 이야기-4] 모든 길은 남구로 통한다.

길은 이어지고 통한다. 울산 남구의 길 역시 언제 어디에서든 사통팔달 통하고 이어지며 사람과 차량, 물자를 통행시킨다. 길은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단순한 물리적 통로의 역할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산업과 기술, 문화를 이어주며 문명을 만들어 나간다.

강물이 흘러가듯 길 위의 것들도 흘러간다. 과거와 현재를 흘러가며, 멀리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울산의 중심, 남구의 길. 이제 모든 길은 울산 남구로 통한다.

문수로 435번길, 445번길

12월에는 골목길의 변신을 구경해보자.

공업탑로터리에서 무거삼거리까지 이어지는 4.98km 길이 문수로. 이 대로를 뼈대로 수많은 골목길이 저마다 번호 하나씩을 부여받은 채 이곳저곳으로 뻗어나간다.

문수로를 사이에 두고 옥동 신정고등학교 맞은 편 학성고교 교차로 골목길이 문수로 435, 445번길이다. 큰길에서 들어가면 끝나는 곳까지 300m가 채 되지 않는 이 두 골목길은 최근 3~4년 사이 평범한 옛 가옥들이 모여있던 흔한 주택가에서 아기자기한 풍경의 맛집, 카페, 소형 점포 등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멋진 골목길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거창한 역사적 스토리가 있는 곳도 아니고, 타지인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관광명소도 아닌 ‘그저 그런’ 한적한 주택가 골목길이 조용히, 그리고 은근히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매력있는 포인트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을 법하다. 한해를 마감하는 즈음 가볍게 골목을 걸으면서 ‘탐험’을 해보겠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문수로 435, 445번길은 인근 아이파크 1, 2차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블록 모양이다. 학성고앞 교차로 입구 GS25편의점 앞으로 들어가면 435번길, 약업사와 타이어가게 사이로 들어가는 골목이 445번길이다. ‘울산의 8학군’으로 불리는 옥동 학원가답게 대로변 가까운 골목 초입은 각종 학원들이 밀집해 있다.

더 걸어들어가면 나오는 오래된 S중화요리집이 골목 변신의 시작점이다. 화교 출신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이곳은 웬만큼 울산에 오래 산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터. 이곳에서부터 반대편 골목이 끝나는 주택가에서는 작은 변신이 한참이 이뤄지는 중이다.

대부분 살던 그대로의 주택을 개조하지 않고 주택을 업종에 맞게 외관만을 꾸미고 작은 간판을 붙인 소규모 점포들이 이어진다.

중화요리집 앞의 평범한 양옥집은 전부터 사용하던 대문 옆 행랑채에 유리문을 달고 ‘귀여운 생활’이란 문패처럼 작은 간판을 붙였다. 인형 등 봉제소품, 작은 식물, 빈티지 소형 집기 등을 취급하는 이곳은 대문 위 계단의 전선줄에 내걸린 빨래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가족들이 살고 있는 그대로를 카페로 만든 ‘빌리지’는 흔하디 흔한 가정집 거실마루가 커피솝의 홀 역할을 한다. 제법 이름이 난 이곳은 이곳을 찾은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짧은 골목이지만 벼라별 가게들이 있다. 국수집, 밥집, 돈까스집, 싱크대판매점, 피부관리숍, 건축사무소, 꽃집, 네일아트, 뷰티숍, 봉제가게, 부티크, 카페와 찻집, 가죽공방, 도예가게, 부동산 등등 이 좁은 지역에 밀집된 소형 상점을 구경하며 지나치노라면 마치 어떤 ‘골목 우주’에 들어왔다는 느낌마저 든다.

가게들의 규모만큼이나 간판도 소소하다. 커다란 간판은 한 개도 없다. 멀리서 보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문패를 붙였거나 간편하게 적당히 써서 붙인 작은 입식 간판이 문 앞에 나와 있을 뿐이다. 번쩍이는 네온사인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골목이 작은 소리로 자기들의 이름을 알리는 속삼임이 들리는 것 같다.

이곳이 어떻게 이런 식으로 변신하고 있을까. 이곳에서 30년 이상 살았다는 한 주민은 “3~4년 전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부터 하나 둘 주택을 개조한 상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 아파트들 사이에 끼게 되면서부터 동네가 할력을 잃을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변모할 줄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황량한 계절, 살가운 이웃의 손길이 여전한 주택 가게들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들러 잠시 쉬어가는 평범한 골목길 기행이 어울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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