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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기자] 삼호대숲 이야기

남구명예기자 윤경숙

태화강변을 따라 구삼호교 방향으로 걸어가면 삼호대숲이 나온다.

사람들은 삼호대숲을 지나치면서 원래부터 있었던 대숲이겠거니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삼호대숲은 십리대숲과 달리 자연적으로 조성된 대숲이다.

삼호대숲은 태화강의 범람으로 하천변의 충적지라는 입지조건과 채집된 유물을 근거로 청동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된 곳이다.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삼호대숲이 청동시대에 조성된 곳이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삼호대숲이 대나무 숲이니 만큼 먼저 대나무에 대한 궁금증부터 풀어봐야겠다.

대나무의 특성에 대해 소개를 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대나무는 맹종죽이다.

잠시 맹종죽과 관련해 전해오는 이야기를 하자면, 중국의 효자 맹종은 병환이 깊은 모친을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살았다.

어느 추운 겨울날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모친은 맹종에게 죽순이 먹고 싶다고 하면서 죽순을 구해오라고 했다.

죽순을 구하러 산으로 간 맹종의 눈앞에는 죽순은 커녕 눈 덮인 대나무만 무성했다.

맹종은 포기하지 않고 이산저산을 헤메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니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맹종의 눈물이 떨어진 곳에 죽순이 쑤욱 올라오지 않겠는가!

맹종은 이 죽순을 캐다가 어머니께 드렸고, 어머니는 죽순을 먹고 기운을 차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대나무는 나이지리아의 지독한 더위에서부터 히말라야산맥의 혹독한 추위까지 어떠한 극한 날씨에도 견딜 수 있는 식물이다.

대나무의 생장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나무씨앗을 땅에 묻고 지극정성 물을 주고 해도 싹을 틔우지 않는다.

인내심을 버리고 1년, 2년, 3년을 기다려야 겨우 싹을 틔우고, 4년이 되는 해에 30cm 자란다.

땅속의 뿌리는 옆으로 20m~30m까지 펼쳐 자라며, 4년 동안 뿌리를 넓게 펼쳐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진다.

5년이 되는 해부터 대나무는 하늘로 치솟기 시작한다.

하루에 무려 1m까지 자라며, 두 배 씩 자란다. 6주면 대나무숲을 이룬다.

대나무가 이렇게 빨리 자라는 것은 보통의 나무가 가진 단단한 가지를 버리고, 대신 마디마디에 생장점을 두어 동시다발적으로 자라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나무가 폭발적으로 자라는 것을 quantum leap(폭발적 성장)이라 한다.

대나무가 quantum leap 할 수 있는 것은 5년간의 뿌리 내림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서로 얽히고설켜 지반을 움켜쥐듯 자란 뿌리가 있어 마디마디가 성장하고, 강한 비바람도 이기는 유연한 줄기를 뻗어 올려 어느새 저 하늘 끝에 닿을 만큼 자라 대나무를 만든다.

대나무는 20m도 견딜 수 있는 강한 줄기 덕분에 가장 빨리 빛에 다가서는 식물이자 어떠한 폭풍에도 견뎌내며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대나무의 아들이 죽순이라면 대나무의 손자는 竹孫(망태버섯)이다.

이 망태버섯은 장마철에만 볼 수 있으며, 귀한 대접을 받는 식품이다.

장마철 이른 아침에 대밭으로 가야만 볼 수 있는데, 딱 3시간이면 다 자라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망태버섯의 모양이 계란과 똑같이 생겨 구렁이 알로 알았다고 한다.

망태버섯을 일명 ‘하루살이 버섯’이라고도 하며, 상당히 고가에 거래 된다고 한다.

일단 망태버섯 맛에 물음표를 달아 두고, 올 여름에는 직접 망태버섯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삼호대숲이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겨울철새에게는 최적의 잠자리가 되어 주고, 여름철새에게는 번식공간이 되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삼호대숲이 있어 많은 새들이 돌아와 눈과 귀를 호강시켜 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앞으로 삼호대숲을 향해 절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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