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navigation

2020년 03월

[명예기자] 태화강 그 맑은 물에

윤경숙

지금, 태화강에는 겨울철새가 엄청나게 많다. 늘 산책을 하다보니 이제 태화강의 생태를 보는 눈이 반전문가 수준이 되었다. 올겨울의 태화강물은 지금까지 본 태화강물 중에서 가장 맑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맑아진 태화강에서는 매일 진풍경이 벌어진다. 물이 맑아짐으로 해서 먼저 철새들이 돌아왔다는 점이다. 지금 태화강으로 나가면 겨울철새들이 무리지어 태화강을 누비고 있다.

돌아온 철새들을 보면 온몸이 까만 물닭은 하얀 부리로 물속의 물고기를 잡아 먹느라 머리를 수직으로 쳐박고, 흰죽지는 강물위에다 포물선을 연거푸 그려대고, 흰뺨검둥오리와 알락오리는 사이좋게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동동 잘도 떠다닌다. 간혹 보이는 청둥오리 한 쌍은 갓 결혼한 신혼부부 마냥 꼭 붙어서 다닌다. 청둥오리는 몸전체의 색깔이 어찌나 화려하고 빛이 나는지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름답고 기품이 있다. 강의 곳곳에 크고 작은 모래톱에는 시커멓게 생긴 민물가마우지와 갈매기가 정담을 나누고 있다.

삼호교 근처에는 돌아가지 않은 여름철새가 여러 종류 있다. 횡재를 한 기분이 절로 든다. 대표적인 여름철새가 바로 백로류인데, 동남아로 돌아가지 않고 현재 태화강에 서식하고 있다는 점은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가장 눈에 띄는 여름철새는 단연코 왜가리다. 왜가리는 푸른 댕기깃을 가진 흰새로 백로중에 몸집이 가장 큰 편이며, 거의 혼자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상념에 잠긴 듯 먼 곳을 응시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왜가리를 보면 새 중에서 가장 점잖고 어른스러워 보인다.

뭐니뭐니해도 여름철새 중에 가장 아름다운 새는 역시 쇠백로가 아닐까 싶다. 쇠백로를 가까이서 보면 마치 갸날픈 발레리나를 보는 둣 해서 애처롭기까지 하다. 쇠백로의 노란 발은 발레리나의 발토시를 연상케 하고, 하얀 솜털은 작은 바람에도 다 날아가버릴 것 처럼 부드럽게 하늘 거린다. 쇠백로를 보고 있으면 저렇게 갸날픈 다리가 차갑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하지만 걱정은 안해도 된다. 대부분의 물새 다리에는 wonder net(怪網) 이라는 혈관망이 있다. 괴망(怪網)은 물의 차가운 온도가 몸으로 전해지지 않게 하고, 몸의 체온이 다리로 내려가지 않게 하는 기관이다. 몸의 체온이 다리쪽으로 내려가지 않게 조절을 하기 때문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물새들이 춥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되는 것은 새를 바라보는 자신이 춥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겨울철새 중에 눈에 띄는 민물가마우지는 여러 마리가 함께 행동을 한다. 물고기를 샤냥할 때는 민물가마우지 여러 마리가 물이 얕은 바깥으로 물고기 몰이를 한 다음 잡아 먹는다. 이때 옆에서 지켜 보던 왜가리와 쇠백로는 슬그머니 다가가 물고기를 포식한다.

어쨌거나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은 우리가 본받을 점이 아닌가 싶다.

태화강의 물이 맑아지니까 물속에는 물고기가 가득하고, 떠났던 새들이 돌아와 울산을 온통 새소리로 물들이고 있다.

울산 삼호대숲하면 뭐니뭐니 해도 떼까마귀의 群舞를 손에 꼽고 싶다.

10년 전 우연히 보게 된 군무의 소감을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다. 군무는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떼까마귀가 펼치는 군무가 최고의 퍼포먼스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무대는 하늘이고, 주인공은 떼까마귀고, 관람은 무료다.매 순간순간이 놓칠 수 없는 춤사위니 입에서는 감탄사가 연발 터져나온다.

겨울이 가기전에 태화강을 꼭 한 번 걸어보시라 적극 권해드리면서..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