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8급 이가현 

화려한 도시의 불빛 뒤편, 짙은 그림자 속에 자신을 가두는 이들이 있다.

세상과의 소통을 끊고 홀로 고립을 택한 ‘은둔형 외톨이’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의 이야기다.

도움의 손길이 닿으려 해도 강하게 거부하며 문을 걸어 잠그는 이들에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울산 남구 삼호동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이

지난 1년 6개월간 겪은 A씨의 사례는 그 해답이 결국 ‘사람’과 ‘시간’에 있음을 보여준다.

■ 굳게 닫힌 문, 조급함 대신 ‘기다림’을 택하다

A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24년, 복지 사각지대 발굴 조사를 통해서였다.

당시 그는 외부와의 접촉을 전면 차단한 채

극심한 알코올 의존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쓰레기가 쌓인 집 안에서 홀로 병들어가는 그를 돕기 위해

수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완강한 거부와 냉대뿐이었다.

일반적으로 난관에 부딪혔을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팀은 ‘조급함’을 버리기로 했다.

닫힌 마음의 문을 억지로 여는 대신,

그 문 앞에 서서 끊임없이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복지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뢰 관계,

즉 ‘라포(Rapport)’ 형성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기적으로 그의 집을 찾았다.

식료품과 생필품을 문 앞에 두며 안부를 물었고,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관심을 표현했다.

묵묵히 이어진 이 두드림은 결국 통했다.

2025년 6월, 마침내 A씨가 마음의 빗장을 풀고 우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 굳게 닫힌 문, 조급함 대신 ‘기다림’을 택하다

그때부터 삼호동 맞춤형복지팀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가장 먼저 악취와 쓰레기로 가득했던 주거 환경을 정리해

‘살 만한 곳’으로 바꿨다.

이어 건강 회복을 위해 병원 진료를 받도록 설득하고,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등 행정적 절차를 신속히 밟았다.

무엇보다 A씨를 진정한 자립으로 이끈 결정적 열쇠는

‘일상돌봄 서비스 사업’의 연계였다.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혼자서는 식사나 청소 같은 기본적인 일상조차 버거웠던 그에게

재가 돌봄과 가사 서비스를 제공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들 것 같았던 A씨가

이제는 온전한 자가간호(Self-care) 능력을 회복했다.

스스로 규칙적인 식사를 챙기고 개인위생을 관리하기 시작했으며,

무너졌던 일상의 루틴을 다시 세운 것이다.

알코올에 의존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평범하고 건강한 일상을 되찾았다.

이는 단순한 복지 서비스 제공을 넘어,

한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시킨 과정이었다.

■ 미래를 열어가는 행복한 삼호동을 향해

아무리 깊은 고립이라도

진심 어린 관심과 전문적인 복지 시스템이 만난다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우리 삼호동 맞춤형복지팀은

앞으로도 촘촘한 복지 그물망을 가동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갈 것이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세심히 들여다보며,

모두가 ‘미래를 열어가는 행복한 삼호동’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묵묵히 곁을 지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