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칼럼니스트, 울산제일일보 논설실장)

고래바다로의 여행 ⑦ 고래, 왜 눈독을 들일까 (上) 사진

‘열두 가지 맛’을 입에 올리는 사람은 고래고기의 ‘부위별 맛’을 어느 정도 아는 미식가일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고 고래의 쓰임새가 ‘식용’(食用)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지인 중에 국회의원에 주일대사까지 지낸 분이 있다. 그는 고래를 이야기할 때마다 ‘고기’보다 ‘기름’에 밑줄을 그었다.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 한분이 정성껏 달여 건네는 고래기름이 알코올 해독에는 그저 그만이라면서…. 고래를 약용(藥用)으로 쳐주는 경우다.
그나저나 지구촌에서 ‘고래고기’ 소리만 들어도 환장하는 나라는 IWC(국제포경회의) 탈퇴도 불사한 일본 말고 또 있을까. 하지만 고래사냥에 매달리는 나라라고 고기에만 눈독 들이는 건 아니다. 고래보호 사이트 ‘고래등’에 들어가 보면 고래의 다양한 활용가치를 만날 수 있다. 다음은 그 일부.
“긴수염고래기름은 식료품(마가린 등)·화장품·화약·비누 제조에 쓰인다, 세제·윤활유·기계유·양초·약품 제조에 들어가는 향유고래기름은 돌고래기름처럼 공업용으로만 쓰이는데 절삭유(切削油)·시계기름으로도 활용된다. 고래수염이나 향유고래 아래턱뼈는 공예품 재료로, 기름을 빼내고 남은 뼛가루(骨粉)는 비료나 가축사료로 쓰인다.” 요컨대, 고래의 종류에 따라 기름의 성질이 달라 그 용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고래기름 즉 경유(鯨油)의 쓰임새는 이처럼 식용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19세기 전후, 러시아 등 서구 열강들이 군침을 삼킨 곳에는 한반도 해역도 있다. 이들이 우리 고래 씨 말리는 작업에 공조한 것도 실은 ‘고기’보다 ‘기름’에 혈안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독도에 ‘리앙쿠르 바위섬’이란 달갑잖은 흔적을 남긴 것도 1849년 고래기름에 넋을 빼앗긴 프랑스 포경선 ‘리앙쿠르(Liancourt)호’ 팀의 짓이었다. 역시 우리 해역에서 해적노릇을 일삼던 미국은 본국에서 석유를 노다지로 뽑아 올리기 전까지는 조명과 난방 문제를 고래기름으로 해결해야 했다.
고래는 심줄도 요긴하게 쓰인다. 테니스 라켓에 치는 줄 ‘거트(gut)’ 세 종류 가운데 양의 내장으로 만드는 시프(sheep)와 나일론 실은 정식 테니스용, 고래심줄은 연식 테니스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