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명예기자 권오성

어느 날 우연히 4층 하모니카 교실에서 창밖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길옆 가로수 아래 어떤 여인이 앉아서 길바닥을 닦는 것 같았다.
혹시 이상한 사람인가 하고 한참 동안 지켜보다 내려가서 살펴보았더니 보도 타일에 묻어 있는 껌 자국을 힘들게 지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스산한 바람에 잎이 떨어지는 계절이면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져 길바닥이 온통 더럽혀지기도 하지만 그 냄새가 고약하다. 한데 가로수를 마주하고 있는 열쇠 가게 주인인 박성혜(46)씨가 그 흔적들과 행인들이 뱉어 버리고 간 껌까지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있는 모습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어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살펴보니 가로수 뿌리 부분의 흙에도 영양제를 꽂아 나무의 생기를 북돋아 주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에서 왠지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지는 쌀쌀함 속에서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통해 각박하기 이를 대 없는 우리네의 까칠한 정서에 윤활 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박성혜 씨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
“가게 앞 은행나무 밑이 지저분하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려서 더욱 지저분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 가게 앞은 미화원이 청소하지 않고 차도는 청소차가 지나가면 자동으로 청소가 돼요.”
“특히 가을철 행인들이 은행나무 때문에 미간을 찌푸리면서 지나가는 모습도 그런데 냄새가 너무나 심해 비위가 약한 사람은 구토할 정도죠. 그뿐만 아니라 떨어져 밟혀서 터지면 길바닥이 온통 더럽혀지기도 하는데 모두가 싫어하는 은행나무를 왜 가로수로 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벽을 깨끗하게 해두지 않으면 각종 전단과 벽보, 스티커를 붙여서 지저분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여기는 울산의 상징인 공업탑 로터리로 왕래하는 행인이 많은데 깨끗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건물주인도 하지 않는 일을 세입자가 껌을 닦아내고 페인트를 칠하면서 무리를 해서 팔목도 아프고 몸살이 나서 며칠 병원을 다닌다고 하면서.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하며 웃었다.
“안타까운 것은 너무나 빈번하게 교통사고를 목격하는데 조금만 속도를 줄이고 차선을 잘 지키면 얼마든지 사고는 방지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성혜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은행나무 가로수에 대해 궁금해서 알아보았다. 은행나무 가로수로 심는 대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은행나무는 공해에 대한 내성이 엄청 강해서 웬만해서는 죽지 않을 만큼 생명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대기 정화능력이 다른 어떤 나무보다 엄청나고, 줄기와 잎사귀에서 곤충이 싫어하는 성분이 뿜어져 나와 사람이 싫어하는 향기를 엄청나게 뿜어냄으로 여러 가지 해로운 벌레가 기생할 수 없다고 한다.
나무 열매의 구린내를 없애는 방법은 나무의 암수를 구분하여 수나무만 심으면 열매를 맺지 않는데 그러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호수 위를 아름다운 모습으로 유유자적하게 유영하는 오리를 보면 더없이 여유롭고 태평스럽기까지 하지만 오리가 그런 모습으로 있으려면 물밑에서는 잠시도 쉬지 않고 다리를 움직여야 한다.
은행나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상 온갖 공해를 마시면서 서 있기가 오죽할까 그래서 먹기에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몇 년 전만 해도 열매를 주워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떨어져 있는 은행을 주워가는 사람은 없고 그냥 밟고 가는 사람뿐이다.
한참 전에는 내 집 앞 내가 쓸 기운 동도 전개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에는 주변의 청결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다는 것. 박성혜 씨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면 전국에서 제일 깨끗한 남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