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명예기자 윤경숙
10월15일~25일까지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에서 ‘2020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가 전시되고 있다.
올해가 14회로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철새공원에서 전시를 한다.
철새공원은 가을을 머금은 온갖 나무들과 푸르름을 간직한 삼호대숲 그리고 철새가 넘나드는 태화강이 있어 전시장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이번 전시 제목은 ‘손 안에 작은 광석’이며, 모두 18개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전시 첫날 오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전시장에는 관람객들로 붐볐고, 그 관람객들이 어린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인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단체 관람을 온 것 같았다.
아이들이 좋아한 작품은 색이 화려하고 특이한 모형을 한 최현우작가의 ‘네가 마신 모든 숨’이라는 작품과 아트놈의 ‘모타루탑’이라는 작품이었다.
아이들은 아무런 생각없이 작품을 바라보고, 만져보고, 뛰어 다니고, 간섭없이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했다.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면서 야외 전시장의 장점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어 미소가 지어졌다.
조용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싶어 저녁에 다시 전시장을 찾았다.
낮에 뛰어놀던 아이들이 돌아간 자리에 듬성듬성 어른들이 모여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필자가 다시 보고싶었던 작품은 구지은/사이언스월든의 ‘데이터의 정원’이라는 작품과 장준석의 ‘태화강 은행나무숲1길’이다.
먼저 ‘데이터의 정원’은 인간도 모르게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들은 이미 인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신이 되었다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영상 작업은 2020년도에서 2030년 사이의 이야기이다.
데이터신이 사라지기 전 인간들에게 남긴 아날로그 녹음 메세지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증언을 바탕으로 작품은 시작된다.
자본주의, 문명발달, 노동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들을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형상으로 만들어진 설치 작업은 AI가 노동을 대체하고 데이터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근 미래의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 인간 내면의 사각지대 부분을 다루는 시도로써 자본과 교환가치로 환원되지 않는 가치들을 상기시키며 소통의 순환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태화강 은행나무 숲1길’은 숲을 그리지 않고 숲을 표현하는 작가는 ‘꽃’,’숲’, ‘별’, 등의 문자를 담은 작품으로 사회적 환경, 사적 경험과 연계된 설치 방법으로 다양한 의미를 전달한다.
태화강국가정원 은행나무 숲 사이로 굽이굽이 돌아가는 오솔길을 내어 장소 고유의 주소명을 붙였다.
작가는 소소한 작은 들풀의 이름을 소중히 되새기며 이 길을 걷길 바라는 동시에 우리 자신도 익명의 도시인이 아닌 고귀한 존재임을 기억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한다.
‘태화강 은행나무 숲길1’은 은행나무 정원에 설치되어 있어 그 의미가 특별했다.
작가는 10월23일부터 ‘숲’타일 하나씩 가져 가세요.라는 문구를 덧붙여 놓았다.
‘숲’이라 적힌 타일 하나를 가져가라는 말은 작가가 관람객들에게 숲을 선물한다는 뜻이어서 기념으로 가져다 놓으면 좋을 듯 하다.
올해는 ‘2020 태화강 설치미술제’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번 미술제는 코로나19로 지쳐있던 울산 시민들에게 풍성한 선물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