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꽃 향기가 퍼져 나오는 5월입니다.
T. S. 엘리엇이란 영국 시인이 ‘황무지’라는 시에서 노래했다죠?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시인의 말처럼 지난 4월은 유독 잔인한 달이었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아름다운 춘사월, 길옆 언덕배기를 노랗게 물들였던 개나리나 흐드러지게 만개했던 벚꽃의 자태도 코로나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먼 나라 이야기마냥 마음껏 누리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권장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혼밥, 혼술, 혼영, 혼행 등등 ‘혼’자가 들어가는 신조어는 아예 우리 사회의 트렌드로까지 자리 잡았습니다. 사회활동 침체로 인한 경제생활의 충격은 더 만만치 않습니다. 정말 답답하고 힘들었습니다. 잔인한 4월이란 말이 딱 마음에 와 닿는 달이었습니다.
그래도 세월은 어김없이 흐릅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가정의 달’이 다시 왔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스승의 날 등이 줄줄이 이어지는 달입니다. 때맞춰 날마다 확산일로를 치달리던 코로나 확진자 수도 4월 말부터는 그 숫자가 뚝 떨어졌습니다. 강도높게 시행되던 사회적 거리두기도 어느 정도 완화되었습니다.
안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이제는 유예되었던 일상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만큼이나 멀어졌던 가족간, 친구간, 동료간, 사제간의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가정의 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봄은 영어로 스프링(Spring)입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꽃눈이 용수철처럼 터져서 튕겨 오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3월과 4월 그동안 저마다 억눌러놓았던 우리들 몸과 마음의 스프링이 뒤늦게나마 다시 튀어오르는 화창하고 활기찬 5월을 만들어 가야하지 않을까요.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봄이되 봄 같지 않았던 걱정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맞은 소중한 달, 늦은 만큼 더 보람 있는 5월의 봄날을 보낼 여러분의 파이팅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