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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남구 소식

두바퀴 동그라미로 만나는 선암호수공원

하늘이 높고 말은 살찐다는 좋은 계절이지만 편안하지만은 않은 가을을 맞았습니다. 답답한 날이 이어질 때는 울산 남구의 유명한 힐링포인트 선암호수공원을 찾아가 봅시다.

선암호수공원은 유명합니다. 울산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테고, 타지 분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너무 유명해서 별로 안 ‘땡긴다’고요?, 그만큼 사람들로 복닥일 것이라서 주저된다고요? 그래서 이번엔 선암호수공원의 색다른 맛을 볼 수 있는 ‘두 바퀴 동그라미’로 만나는 공원길입니다.

선암호수공원에는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일방통행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다른 방향에서 오는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막고, 더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둘레가 4km 남짓한 선암호수 자체를 한 바퀴 도는 큰 동그라미와 호수를 바라보는 공원지구를 도는 작은 동그라미가 생겼습니다. 원을 도는 것이니만큼 모두 원점회귀형이어서 한 동그라미가 끝나면 바로 다른 동그라미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큰 동그라미는 솔마루길 진입광장 쪽에서 들어와 수변꽃단지에서 시작해도 좋고, 노인복지관을 지나 제2연꽃지 사이로 들어가는 데서 출발해도 좋습니다. 작은 동그라미는 연꽃지 물레방아에서 장미터널을 지나며 호수공원 지구를 한바퀴 도는 길입니다.

큰 동그라미는 보통 무궁화동산 앞의 생태습지원을 끼고 돌면서 시작합니다. 길을 안내하는 일반통행 안내 가로막이 군데군데 있어 헷갈릴 일은 없습니다. 피크닉 광장을 오른쪽으로 끼고 호수를 왼쪽에 보고 있다면 제대로 길을 찾은 것입니다.

호수를 따라 걷는 길은 호젓합니다. 일정한 거리마다 만나는 고래 조형물 가로등의 스피커에서 잔잔한 음악이 흐를 뿐, 다들 마스크를 쓰고 묵묵히 내면의 대화를 하느라 그런지 발걸음 소리 이외에는 별다른 소음도 없습니다.

울창한 숲속 길을 걸으며 걷는 호변에는 물에 발을 담그고 선 나무들이 많습니다. 수위 변화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물에 잠긴 나무들을 보면 흡사 열대 바닷가에 자생하는 맹그로브 군락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제법 으슥하다 싶은 호반을 따라 걷노라면 곳곳에 벤치며 파고라가 있습니다. 버드나무쉼터, 꽃창포쉼터, 소나무쉼터 등 이름도 그럴 듯합니다. 이곳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한참을 멍 때리고 있어도 좋을 듯합니다.

호반길 끄트머리 전망대에 이르면 아담한 댐이 나옵니다. 둑길 위에는 12지신 음악대가 반겨줍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야기를 알 수 있다면 더 재미있었을 터이지만 12마리 동물이 악기 하나씩 들고 연주하는 모습이 기발합니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이곳은 대한민국, 아니 세계 유일의 12지신상 음악대로 부를 법 합니다. 자축인묘… 순서대로 쥐부터 돼지까지 꽹과리 장구 등 전통악기, 플롯 트럼펫 바이올린 등 현대 악기를 저마다 하나씩 연주합니다. 원숭이는 지휘봉을 든 지휘자 역할입니다. 12지신 아래 제방 근처에서 물가에 수십마리 오리떼가 물결을 일으키며 거니는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띕니다.

큰 동그라미를 벗어나 들어서는 작은 동그라미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습니다. 호수공원지구는 북쪽에 병풍처럼 버티고 있는 신선산의 한 자락이 내려와 아담하게 솟은 곳이어서 규모는 작지만 제법 장쾌한 암벽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암벽 밑에 낸 길을 따라가는 코스에는 사진찍기 좋은 포인트도 몇군데 있습니다.

이곳의 가을은 단연 꽃무릇과 억새입니다. 일부에서는 상사화(相思花)로도 불리는 ○○○은 가을이면 그 붉은 빛깔이 절정에 달합니다. 심은지 2~3년 된 꽃무릇은 바위틈이나 가파른 경사지에서도 올망졸망 야트막하게 피어 있습니다. 응달에서 잘 자라며, 붉은 양탄자처럼 덮인 산자락을 지니는 것은 이 가을 호수공원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억새 군락도 장관입니다. 물가에서 잘 자라는 억새의 특성상 호수공원 초입부터 억새가 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흑백의 조화가 잘 이뤄지는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선암호수공원의 가을과 두 바퀴 동그라미를 마음속에 넣어 가시기 바랍니다.

울산 남구에는 계절따라, 내 마음따라 가지각색 모습을 바꾸는 선암호수공원이 있습니다.

5 thoughts on “두바퀴 동그라미로 만나는 선암호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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