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본격적으로 찾아오고 있는 요즘 따뜻한 가을 햇볕 아래 산책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장생포둘레길 산책에 나섰습니다. 마을을 둘러서 있는 장생포 옛길을 걸어본 건 처음이었는데요, 한적한 분위기에서 한 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힐링 되는 기분이었답니다.
장생포둘레길 입구는 장생포문화마을 쪽과 장생포 치안센터 방향에서 들어가는 각각 2곳이 있습니다. 주차를 하고 바로 걷기에는 장생포 문화마을 쪽이 더 나은 듯하며 벽화를 먼저 보면서 걷고 싶다면 장생포 치안센터 방면 입구에서 출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벽화마을이 시작되기 전 안내 표지판이 눈길을 끕니다. 여러 나무들을 이어붙인 모습이 뭔가 산을 오르는 듯하기도 하고 나무 안내판 자체가 주는 예스러운 느낌에 마음에 전해지면서 정말 어릴 적 옛 마을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벽화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장생포의 옛 모습을 정말 사실적으로 그려놓은 흑백화라든지, 집의 배관들을 이용해 꽃 가지로 승화한 작품이라든지 마을과 잘 어우러지게 작업을 한 모습이어서 하나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림들이 많았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술관 가는 것도 마음먹기가 쉽지 않은 요즘 이렇게 야외에 있는 벽화들을 보며 힐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벽화입니다. 사실적이면서도 천진난만한 미소에 정말 지나칠 수 없고 계속 서서 보게 되는 벽화였습니다. 흑백 인물들 위로 아름답게 만개한 꽃까지의 모습까지 정말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작품이었답니다. 꼭 이 두 사람이 어디선가 튀어나올 것 같은 그런 친근함과 사실감이 느껴지는 그림이었습니다.
우짠샘이 다다랐습니다. 장생포에는 3개의 우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중 이 우짠샘만이 우물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으며 윗마을에 있다고 우짠 샘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주변 개발사업이 진행되었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우물에 물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을의 생명수 역할을 하였으며 마을 주민들의 소통을 담당했던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조형물을 통해 잘 표현해놓은 모습이었답니다.
대나무밭이 가을 햇빛을 받으면서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놓은 듯합니다. 어렸을 적 외할머니 댁이 생각나는 듯한 그런 정겨운 냄새가 나는 골목의 모습입니다. 마을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정비를 잘 해놔서 약간 경사는 있었지만 걷기 편안했답니다.
길을 걷는 중간중간 마을에 대한 설명을 적어놓은 안내판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이 장생포 옛길은 1940년대 포장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장생포와 읍내를 왕래할 수 있는 유일한 간선도로였다고 합니다. 장생포를 드나들 수 있었던 메인 스트릿(?) 이라고 보면 되겠죠? 지금은 비록 한적한 길이 되었지만 그만큼 잔잔함을 느끼며 산책을 할 수 있는 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생포 옛길은 장생포고래로 179번길로 옛 이름은 오래된 샘(우짠샘)이 있다는 의미로 샘골 또는 새미골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장생포 하면 고래 또는 큰 배가 떠오르듯이 마을 곳곳의 조형물들도 그런 모습입니다. 고래를 보러 달려가거나 배의 키를 잡고 개구지게 운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장생포와 잘 어우러집니다. 아이들을 뒤 따러 선 조그마한 강아지는 만원 지폐를 물고 놓아주질 않습니다. 한 번 뺏는 척해보았지만 절대 놓아주지 않아 그냥 사진만 찍었답니다
마을의 끝에 다다르자 언덕 위에 올라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고래문화마을까지는 700m 전입니다. 마을을 벗어나니 탁 트인 하늘이 보여 가슴도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여기서부터 점차 벽화들보다는 낮은 산길을 내려가는 산책로가 시작됩니다.
울퉁불퉁 거친 포장도로에 한쪽은 나무숲, 한쪽은 풀숲의 모습이 정말 어릴 적 외할머니 댁 뒷산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벽화마을과는 또 다른 숲속을 걷는 기분에 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내리막길이라 그런지 올라갈 때보다 빠르게 걷는 느낌이었답니다.
고래문화마을 가까이 다다랐을 때 피크닉장과 백탑공원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피크닉장은 정원수들 사이에 벤치와 테이블이 갖춰져 있어 길을 걷고 나서 잠시 쉬어가거나 간식을 까먹기 좋아 보였습니다. 봄, 가을에 이용하면 안성맞춤인 장소였답니다.
백탑공원이 조성된 것은 2016년으로 2003년 울산광역시 남구와 중국 랴오닝성 라오양시가 국제우호도시 교류협약을 체결하고 2015년 남구청장이 랴오양시를 방문하여 랴오양시장에게 우호도시 공원을 제안하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백탑공원은 멀리서 보았을 때 차이나타운의 느낌을 주는 모습으로 장생포와는 다른 또 다른 풍경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랍니다.
백탑공원을 지나자 저 멀리 울산대교가 보입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만 보다가 이렇게 서서 울산대교를 보기는 처음인 듯합니다. 옛길을 빠져나오니 멀리 장생포 고래 박물관과 고래바다여행선이 보입니다. 고래바다여행선은 말 그대로 배를 타가 바다로 나가 고래를 보는 배입니다. 만약 고래바다여행을 타고 고래를 보지 못했을 경우, 30일 이내에 고래박물관, 고래문화마을, 울산함 3개의 관광 입장권 중 하나를 무료로 또는 4D 영상관을 제외한 고래생태체험관 입장권을 40% 할인하여 제공한다고 하니 알고 가시길 바랍니다.